플랫폼이 '열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Apple과 Epic Games의 갈등은 이 질문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외부 결제가 허용되었지만 분쟁은 끝나지 않았고, 수수료가 조정되었지만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앱스토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애플에 제3자 앱스토어 허용을 요구했을 때도, 애플은 연간 100만 건을 초과하는 앱 설치에 대해 건당 €0.50의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비용 부담의 본질은 유지된 셈이다. 에픽의 주장은 결국 하나의 기업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플랫폼이 규제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구조적 지배력을 보존하는 패턴을 지적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어디까지 열릴 수 있는가
이 사건이 갖는 의미는 특정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선다. Apple과 Epic Games의 갈등은 앱스토어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이 시장을 어떻게 구성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앱스토어 모델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결제, 배포, 사용자 접근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한 구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기능이 아니라 그 결합 방식이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노출하고, 거래를 중개하며, 결제를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묶는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접근 경로와 결제 흐름이 동시에 관리되며, 그 결과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거래 전체를 설계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개별 요소를 부분적으로 개방하더라도, 전체 흐름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한 플랫폼의 영향력은 쉽게 약화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는 앱스토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바일 앱 마켓뿐 아니라 콘솔 게임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 일부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주요 플랫폼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유통과 결제를 결합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플랫폼에서 발생한 변화가 다른 플랫폼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플랫폼은 열리면서 동시에 닫힌다. 선택은 가능해졌지만, 그 선택이 작동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플랫폼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지만 늘어났을 뿐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문은 열렸지만, 열쇠는 여전히 플랫폼이 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