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ByteDance가 AI 영상 생성 모델 Seedance 2.0을 공개했다.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하면 최대 15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내며, 이미지·영상 클립·오디오 파일을 함께 넣으면 모델이 이를 하나의 창작 맥락으로 해석해 영상을 완성한다. TikTok의 모회사가 만든 도구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지만, 실제 파장은 예상을 훌쩍 넘었다. 공개 후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인터넷엔 Tom Cruise와 Brad Pitt가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영상이 퍼졌다.
제작 방식은 단순했다. 텍스트 두 줄. 버튼 하나.
ByteDance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며 세이프가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갈등의 법적 핵심은 두 가지다. AI 모델 학습에 저작권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Fair Use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사용자가 저작권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때 플랫폼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두 질문 모두 아직 법원에서 확정된 답이 없다.
비교해볼 선례가 있다. OpenAI는 지난해 9월 Sora 공개 후 MPA로부터 유사한 비판을 받자 저작권 세이프가드를 빠르게 적용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Disney와 3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Disney, Marvel, Pixar, Star Wars 소속 200여 개 캐릭터의 사용권을 공식 확보하는 대가로 Disney는 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Disney·OpenAI 공동 발표, 2025년 12월). 적대에서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사례다. ByteDance가 같은 경로를 택할지, 아니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Disney CEO Bob Iger가 OpenAI와의 계약 직후 밝힌 말은 이 국면을 읽는 단서가 된다. "어떤 세대도 기술의 진보를 막은 적 없으며, 우리도 그럴 생각이 없다."
생태계는 어디로 가는가
지금의 충돌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창작 생태계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공존과 보완이다. AI가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정착하고, 인간 창작자는 기획과 디렉팅에 집중한다. 라이선스 협상이 업계 표준이 되고, 대형 스튜디오는 AI를 내부 파이프라인에 통합한다. Adobe Premiere나 DaVinci Resolve 같은 기존 편집 툴들이 AI 기능을 흡수하면서, 극단적인 도구 교체 없이 현장이 진화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유리한 쪽은 자본과 파이프라인을 이미 보유한 대형 플레이어들이다. OpenAI와 Disney의 협상 타결은 이 방향이 가능하다는 하나의 증거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역할의 재편이다. 창작의 경계 자체가 다시 그려진다. 편집·VFX 같은 기술 직군은 줄고, AI 프롬프팅과 결과물 큐레이션을 담당하는 새로운 역할이 생겨난다. 프리랜서 생태계가 재편되고, 개인 크리에이터와 소규모 스튜디오의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콘텐츠 공급 과잉 속에서 주목받는 방법은 더 어려워진다. 이미 숏폼 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변화의 연장선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생태계의 리셋이다. 영상 제작의 경제 모델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대규모 예산이 더 이상 진입장벽이 되지 않으면서, UGC와 프로 콘텐츠의 경계가 흐려진다. 가치의 원천이 '제작 역량'에서 '유통력과 팬덤'으로 이동한다. 소셜미디어가 이미 만들어놓은 방향이지만, AI가 그 속도를 비약적으로 당기게 되는 셈이다.
물론, 세 시나리오 중 어느 하나만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 업종마다, 플레이어마다 다른 시나리오가 동시에 펼쳐질 것이다.
도구가 바뀔 때, 창작의 본질은 무엇이 남는가
유성영화가 등장했을 때 무성영화 배우들이 사라졌고, 스트리밍이 등장했을 때 DVD 배급사들이 사라졌다. 기술은 언제나 누군가의 일자리를 끝내는 동시에 누군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Seedance 2.0이 이전 기술 전환과 다른 점은 변화의 속도다. 과거의 전환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지만, 이번엔 출시 24시간 만에 미국영화협회가 성명을 냈고, 닷새 안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창작자, 법무팀, 정책 입안자, 투자자가 동시에 반응하는 속도는 이전 어떤 기술 충격과도 달랐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좋으냐 나쁘냐'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규칙 아래에서, 어떤 구조로 정착시킬 것인지를 지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 프레임워크, 라이선싱 모델, 창작자 보상 구조가 바로 이 순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결국 남는 질문은 기술이 아닌 인간에 관한 것이다.
AI가 어떤 영상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인간 창작자가 가진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아직 그 답은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