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비용과 규제 리스크 속에서 재설계를 요구받는 한국 게임 산업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111퍼센트, 컴투스, 쿡앱스, 세시소프트, 그라비티 등 5개 게임사를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같은 내용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도 이용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운빨존많겜’ 이용자 863명, ‘컴투스 프로야구 V26’ 이용자 493명 등 다수 이용자의 위임을 받은 집단 대응이다.
첫째, 예측 가능한 매출을 늘리는 방향이다. 배틀패스나 정기 구독형 상품을 강화해 ‘매달 들어오는 돈’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확률형 중심의 “피크 매출”을 줄이더라도, 현금흐름의 바닥을 올려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다.
둘째, 확률 요소를 축소하거나 성격을 바꾸는 실험이다. 확률형을 주력에서 보조로 옮기고, 확정 보상(일명 천장), 교환 시스템, 직판형 코스메틱 등으로 조합을 바꾸는 방식이다. 핵심은 이용자가 “기대값을 계산할 수 있는 구조”를 늘려 신뢰 비용을 낮추려는 데 있다.
셋째, 게임 밖 수익원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향이다. 광고, IP 라이선스, 굿즈·콜라보, 외부 채널 기반 수익화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BM 자체를 바꾸는 동시에, 특정 과금 방식에 대한 규제·여론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노린다.
세 경로가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하다. 확률형 아이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은 이전보다 더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확률형 BM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제는 ‘수익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에 가깝다. 변동성과 규제, 신뢰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모델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산업이 마주한 구조적 질문
결국 업계가 마주한 질문은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ARPPU 중심 구조를 넘어설 대안이 있는지, 그리고 규제 강화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번 공정위 신고는 그 질문을 다시 전면으로 끌어올린 사건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몇몇 게임의 실수’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게임 산업의 수익 엔진이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게임 산업의 수익 구조가 오랫동안 확률형이라는 단일 축에 기대어 굳어져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반복이 아니라, 그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