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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시장인가, 성벽인가... 영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송이 묻는 것

2026년 3월, 런던 경쟁항소재판소(CAT)에서 소니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심리가 시작됐다. 영국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 1,220만 명을 대표해 제기된 이 소송의 청구액은 약 £20억, 한화로 약 3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재판은 약 ...

김하영 · 2026-04-03 07:00
플랫폼은 시장인가, 성벽인가... 영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송이 묻는 것
출처: 메타엑스(MetaX) metax.kr
거래의 장을 넘어선 플랫폼 권력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송의 핵심 쟁점

2026년 3월, 런던 경쟁항소재판소(CAT)에서 소니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심리가 시작됐다. 영국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 1,220만 명을 대표해 제기된 이 소송의 청구액은 약 £20억, 한화로 약 3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재판은 약 10주간 진행될 예정이며, 판결은 심리 종료 후 수개월 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고 측 수석 대리인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 KC)는 개정 첫날 이렇게 밝혔다. 소니는 경쟁 없이 디지털 게임의 소매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그 구조 위에서 독점적 이익을 취해왔다고. 소니 측은 자사 플랫폼 모델이 업계 표준을 따른 것이며,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생태계라고 맞섰다.

물론 이번 소송의 파급 효과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모바일 앱스토어나 PC 런처는 콘솔과 구조적 차이가 있고, CAT의 판결은 어디까지나 영국 경쟁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온다. 그러나 결제·유통·노출을 동시에 통제하는 수직 통합 구조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시선이 전 세계적으로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더불어 이번 소송은 영국 집단소송 체계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2025년 Apple 판결은 영국의 옵트아웃 방식 집단소송 제도 아래 진행된 분쟁이 처음으로 본안에서 승소한 사례였으며, 향후 대형 플랫폼을 상대로 한 소송에 자금과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플레이스테이션 소송은 그 흐름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Apple 판결 이후 영국에서 대형 테크 기업을 상대로 본 심리에 들어간 세 번째 집단소송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법정에 오른 것은 '플랫폼의 권한'이다
이 소송의 결과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CAT이 원고 측 손을 들어준다면, 30% 수수료 자체를 당장 직접 규제하지는 않더라도 '경쟁이 차단된 구조에서의 수수료 설계'가 경쟁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진다. Apple 판결과 맞물려 콘솔 플랫폼 전반의 유통 구조를 재설계하라는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동일한 구조 위에 서 있는 닌텐도와 Xbox에 대한 유사 소송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기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소니가 승소한다면, 하드웨어-스토어 수직 통합 구조는 현행 경쟁법 아래에서 정당하다는 근거가 강화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콘솔 유통 질서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동적 가격 책정 논란이나 유통 독점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압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원의 판단과 시장의 판단은 별개로 진행된다.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나든, 지금 법정에 오른 것은 개별 게임의 가격표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콘솔 플랫폼이 자기 생태계 안에서 어디까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가 — 그 권한의 범위다.

판결은 수개월 뒤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소송이 던진 질문은 판결 이전에 이미 충분히 유효하다.

플랫폼은 유통의 장인가, 아니면 통제의 경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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