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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스의 흔들림…롯데의 메타버스 전략, 시험대에 서다

롯데가 추진해 온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가 존속 여부를 가르는 갈림길에 놓였다. 약 64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현재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손상 처리되며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조직 축소와 사옥 이전까지 이어지면서, 사업 ...

김하영 · 2026-04-02 07:00
칼리버스의 흔들림…롯데의 메타버스 전략, 시험대에 서다
출처: 메타엑스(MetaX) metax.kr
흔들리는 기업형 메타버스 플랫폼
'공간'이 아닌 '구조 설계'의 필요성

롯데가 추진해 온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가 존속 여부를 가르는 갈림길에 놓였다. 약 64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현재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손상 처리되며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조직 축소와 사옥 이전까지 이어지면서,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내부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올해 1~3분기 성과를 기준으로 칼리버스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해당 플랫폼이 그룹 디지털 전략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다시 묻는 과정에 가깝다. 초기에는 유통·콘텐츠 자산을 결합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전략적 실험의 성과를 검증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실험, ‘커머스형 메타버스’
칼리버스는 롯데가 추진한 커머스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규 서비스가 아니라, 그룹 전반의 유통과 콘텐츠 자산을 하나의 가상 공간 안에서 통합하려는 시도였다.

칼리버스는 가상 공간에서 쇼핑과 콘텐츠 경험을 결합하는 구조를 지향했다. 이용자는 단순히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 환경 속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기에 롯데의 유통, 면세,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연동함으로써,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를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었다.

여기에 시간의 문제까지 겹쳤다. 2023년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심리는 빠르게 냉각됐고, 산업의 중심은 인공지능(AI)으로 이동했다. 플랫폼이 사용자 구조를 충분히 형성하기 전에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실험이 지속될 여유 자체가 줄어들었다.

결국 칼리버스의 위기는 특정 프로젝트의 실패라기보다, 설계의 방향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접근을 택했다면,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유통의 디지털 전환, '공간'에서 '행동 구조'로
칼리버스 이후, 롯데를 포함한 유통 기업들은 디지털 전략의 전제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플랫폼을 직접 구축해 이용자를 모으는 방식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관계가 없으면 체류도, 수익도 이어지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고객이 왜 다시 들어오고, 무엇을 반복하게 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고객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경험을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이라도 결국 동일한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칼리버스가 남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질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을 통해 유지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플랫폼의 이름이 무엇이든 결과는 반복될 것이다.

결국, 640억 원이 증명한 것은 메타버스의 한계가 아니다.
행동을 설계하지 못한 플랫폼은, 어떤 형태로도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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