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는 바꾸되, 철학은 남겼다.
2025년 12월 31일, CD Projekt가 자회사 GOG를 매각했다. CD Projekt는 CD Projekt RED를 산하에 둔 폴란드 게임 기업으로, The Witcher 시리즈와 Cyberpunk 2077을 통해 글로벌 AAA 개발사 반열에 오른 곳이다. 또, GOG는 ‘Good Old Games’의 약자로, CD Projekt가 2008년 직접 설립한 PC 게임 디지털 유통 플랫폼으로, DRM 없는 판매 정책과 클래식 게임 복원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이처럼 개발과 유통을 함께 가져가던 구조를 2025년, 17년 만에 정리한 것이다.
GOG 측 공식 블로그 역시 동일한 방향을 재확인한다. “GOG의 미션은 변하지 않는다”며 'Make Games Live Forever'를 반복해 명시하고, “자유·독립·통제(control)” 같은 어휘로 플랫폼 정체성을 설명한다. GOG가 별도로 운영해 온 Preservation Program(호환성 유지·품질 테스트·오프라인 인스톨러 제공 등) 또한 이 미션을 실제 운영 과제로 구체화한 사례로 제시된다.
동기와 맥락 사이
다만 ‘보존’이 이번 인수의 유일한 동기였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Michał Kiciński가 CD Projekt의 공동창업자이자 지금도 주요 주주라는 점, 그리고 이번 거래가 GOG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애착이나 철학적 공감 외에도, 자산 가치에 대한 판단이나 장기적인 시장 전망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CD Projekt의 공식 발표를 보면, 이번 인수는 거래 시점에 이미 확보된 자금으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키친스키가 CD Projekt 보유 지분을 정리하지는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인 수익이나 급격한 구조 변화보다는, 기존의 관계와 방향성을 유지한 채 선택된 행보에 가깝다는 인상을 남긴다.
‘왜 샀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적어도 이번 인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공식 자료가 비교적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점에서 이 거래는 동기보다 선택의 맥락을 먼저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구조는 바꾸고, 철학은 남기다
이번 거래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양측의 전략적 위치다. 우선 CD Projekt는 공시(규정 공시)에서 이번 매각을 그룹 성장 전략과 일치하는 결정으로 규정하며, 핵심 사업인 “비디오게임 개발·퍼블리싱 및 관련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고 적시했다. 즉, 유통 플랫폼을 완전히 끊어내기보다 소유 구조를 분리해 집중도를 높이는 선택에 가깝다.
동시에 ‘완전한 결별’이 아니라는 점도 문서로 확인된다. 거래 이후 CD Projekt와 GOG는 유통(distribution)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일정 기간 협력 조건(지급 조건 포함)을 명시했다. CD Projekt RED의 차기작이 GOG에 계속 공급된다는 큰 틀은 이 계약 구조에서 뒷받침된다.
가격과 정산 구조 역시 시사점이 크다. 공시에 따르면 거래 가격은 PLN 90,695,440(약 9,069만 즈워티)로 “사후 조정 없는 최종 가격”이며, 거래 전 GOG의 과거 이익 중 PLN 44,200,000이 CD Projekt로 배당(분배)된 뒤 매각이 진행된 것으로 적혀 있다. 즉, ‘매각가’만 볼 때보다 거래 전후 정산까지 포함한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이번 매각은 GOG의 정체성(보존과 DRM-free)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독립과, CD Projekt의 핵심 사업 집중이라는 두 선택이 교차한 결과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의 승패가 아니라, 철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GOG가 독립 이후 ‘보존’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증명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번 거래는 최소한 게임 산업에서 철학과 효율이 반드시 같은 구조 안에 묶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