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모바일’,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 수상
2025년 11월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올해의 대상(대통령상)은 ‘마비노기 모바일’이 수상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대상 외에도 기획·시나리오 부문 기술창작상과 사운드 부문 기술창작상을 함께 수상하며 총 3관왕을 기록했다.
본상 부문에서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세븐나이츠 리버스’, ‘P의 거짓: 서곡’, ‘RF 온라인 넥스트’ 등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인기게임상 등 특별상 부문에서는 '세븐나이츠 리버스', 'Shape of Dreams', 그리고 일부 인디·모바일 작품들이 선정되며 분야별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올해 시상식은 대형 IP 기반 작품이 다수 상을 차지한 것이 특징이며, 신작 및 중소 규모 작품들도 기술 부문과 특별상을 통해 일부 성과를 인정받았다.
2025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는 신선한 '이야기'가 없다.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수상작 다섯 편을 살펴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과 서사, 독자적인 IP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올해의 수상작들은 모두 기존 IP의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이미 구축된 캐릭터·설정을 재편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2025년, 대한민국 게임 최고의 영예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 이야기를 변주한 게임들이 가져갔다.”
기술·그래픽·매출 성과에 대한 담론은 매년 새롭게 등장하지만, 정작 이야기와 세계관에서는 익숙한 구조만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상 수상작을 하나씩 보면 이 흐름은 더욱 명확해진다. 우선 대상 수상작인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 출시된 PC MMORPG 마비노기의 세계관과 인물을 모바일 UX에 맞춰 재구성한 작품이다. 오리지널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만 현대화한 형태여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우수상을 받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 역시 기존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의 확장선상에 있다. 일부 캐릭터와 설정을 잇는 프리퀄 구조를 기반으로 해 독립된 서사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 IP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작품에 가깝다.
우수상 가운데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넷마블 대표 IP인 세븐나이츠의 후속작으로, 개별 캐릭터의 리빌딩과 시스템 재편이 중심이다. 캐릭터의 개성이 강화되었지만 세계관은 기존 시리즈의 연속선상에 놓인다.
P의 거짓: 서곡은 외형적으로는 새로운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편 *P의 거짓(Lies of P)*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프리퀄 혹은 사이드 스토리에 가깝다. 본편의 구조와 정서를 이어받았기에 서사적 독립성을 갖춘 신작이라기보다는 확장 콘텐츠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RF 온라인 넥스트는 2000년대 MMORPG RF 온라인의 리뉴얼 버전이다. 시스템과 비주얼은 현대적으로 재정비되었지만, 세계관과 설정은 원작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어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종합하면 올해 본상 수상작 다섯 작품은 모두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확장·재해석·리뉴얼의 범주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2025년 게임대상 본상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가진 ‘신규 IP’가 단 한 작품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한국 게임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본상 수상작 모두가 기존 IP의 확장·변주에 머문 현상은 우연이라기보다, 한국 게임 산업이 당면한 구조적 조건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신규 IP 개발이 감당해야 하는 개발비와 리스크의 급격한 증가다. 대형 게임 하나를 제작하는 데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이미 인지도가 확보된 IP를 기반으로 개발하면 흥행 실패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그만큼 창의적 실험의 공간은 좁아진다.
또한 모바일 중심의 시장 구조 역시 IP 의존도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대규모 마케팅, 빠른 서비스 업데이트, 알고리즘 기반 노출 경쟁 등으로 인해 초반 관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기존 IP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초기 유저 유입을 용이하게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 장기전보다 즉각적 성과가 요구되는 시장에 더 적합한 선택지로 작동한다.
정책·제도 환경도 이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시상식의 평가 기준은 매년 조금씩 변화하지만, 여전히 기술 구현력·시장 성과·완성도가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준은 본질적으로 대형 자본과 안정적 개발 환경을 갖춘 프로젝트에 유리하기 때문에, 신생 IP보다는 이미 검증된 IP 기반의 게임이 본상 경쟁에 올라오기 쉽다.
게이머들의 소비 패턴 역시 일부 영향을 준다. 라이브 서비스 중심의 게임 환경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익숙한 메커닉과 친숙한 캐릭터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세계관과 서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신작보다, 기존 세계관을 활용한 작품이 시장에서 빠른 반응을 얻는 구조가 강화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은 새로운 이야기의 경쟁장이 아니라, 기존 IP의 변주전(變奏戰)으로 귀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서사와 세계관이 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셈이며, 이는 향후 한국 게임산업의 장기적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남는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떤 미래를 예고하는가
기존 IP 중심의 개발이 산업 전반에서 확대되는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러 문제를 드러낸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지점은 창작 다양성의 축소다. 한 산업의 생태계는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세계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 확장된다. 그러나 동일한 IP의 재해석이 지나치게 반복될 경우, 유저의 경험은 한정되고 시장은 점차 획일화된다. 이는 결국 산업의 경쟁력 자체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IP 반복 활용은 문화적 자산으로서 게임이 지녀야 할 축적의 구조를 약화시킨다. 새로운 서사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기반 역시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 외적인 관점에서도 ‘재활용 중심 구조’는 한국 게임산업이 종종 받아온 비판, 혁신보다 '반복에 치중한다'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IP 중심 개발이 지속되면, 신생 스튜디오나 창작 지향적 프로젝트가 성장할 발판이 줄어든다. 결국 대형 IP를 가진 기업은 더 강해지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 여력이 있는 창작자들은 줄어드는 비대칭 구조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이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결과는 한 해의 시상식을 넘어, 한국 게임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기술 경쟁력과 자본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 성장을 떠받칠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세계가 점점 희귀해지는 현실이 드러났다.
산업을 위해서도, 그리고 게임을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반복된 IP는 안전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한국 게임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서사와 신생 IP를 만들어내는 창작의 순환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더 화려한 그래픽도, 더 큰 예산도 아니다.
지금 한국 게임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등장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