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생성형 AI 시대의 음악 작가성 논의 : K-pop의 공동창작과 주체성의 이동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4-10 09:00:00

AI는 도구를 넘어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
하지만 법은 여전히 인간 중심에 머물러 있다.

[메타X(MetaX)]고윤화의 논문 「생성형 AI 시대의 음악 작가성 논의: K-pop의 공동창작과 주체성의 이동」은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온 '천재적 개인'이라는 창작의 신화가 기술적 전환점 앞에서 어떻게 해체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글은 기술 도입의 찬반론을 넘어, K-pop이라는 독특한 산업 구조를 렌즈 삼아 '누가 저자인가'라는 철학적이고 제도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성형 AI 시대의 음악 작가성 논의: K-pop의 공동창작과 주체성의 이동

고윤화, 2025


고독한 천재의 종말과 작가 기능의 탄생
전통적으로 음악 창작의 핵심은 작곡가의 독창적 영감과 예술적 자율성이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과 미셸 푸코의 '저자-기능' 개념을 빌려와, 작가성이란 고정된 주체의 속성이 아니라 담론과 체계 내에서 작동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강조한다. 창작물은 작가의 의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수용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생성형 AI가 창작의 핵심 영역에 진입한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는 인간의 도구를 넘어선, 스스로 결과물을 산출하는 '알고리즘 작가성'을 지닌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K-pop, 분산된 작가성의 거대한 실험장
K-pop 산업은 생성형 AI의 등장이 가져올 파장을 이미 그 내부 구조를 통해 예견해왔다. 글로벌 협업과 세분화된 분업 시스템을 갖춘 K-pop 제작 방식은 '단일 저자'가 아닌 '다중 저자성'을 기반으로 한다. 해외 작곡가의 데모, 내부 디렉터의 수정, 아티스트의 멜로디 제안, 믹싱 전문가의 조율 등이 얽히며 하나의 곡이 탄생하는 구조는 작가성이 특정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고 네트워크 전체로 분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논문은 뉴진스의 사례를 통해, 아티스트 본인의 후렴 멜로디 제안이 실제 창작에 반영되는 등 작가성이 다층적인 기여와 협업의 산물임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그림. K-pop 공동창작에서의 작가성 다층 수행 사례 비교표

알고리즘이라는 비인간 행위자와의 공조
최근 수노(Suno), 유디오(Udio), 포자랩스(Pozalabs) 등 생성형 AI 툴이 제작 공정에 도입되면서 인간과 비인간 주체 간의 협업은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2024년에는 AI가 생성한 곡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등 상업적 성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논문은 여기서 '알고리즘 작가성'이라는 개념을 도출한다. 딥러닝 기반 시스템은 인간의 명시적 의도 없이도 완결성 있는 곡을 뽑아내며, 이 과정에서 인간은 창작자에서 큐레이터나 트레이너의 위치로 이동한다. SM 디지털 뮤지션 프로젝트의 경우, AI가 코드와 멜로디를 자동 생성하면 인간 작곡가가 이를 재구성하고 프로듀서가 스타일을 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AI는 법적 저작권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창작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 작동한다.

그림. 작가성 관련 요소 비교표

법적 공백과 제도적 재설계의 필요성
기술적 변화의 속도에 비해 법적·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인간 중심의 틀에 갇혀 있다. 2023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AI가 단독 생성한 이미지에 저작권을 부정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AI 산출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창작 현장에서는 인간과 AI의 '공저'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논문은 이러한 '법적 공백'이 단순한 사각지대를 넘어, 음악 창작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크레딧 시스템에서 AI의 기여를 어떻게 명시할 것인지, 알고리즘 설계자의 권리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작가성은 해체되는가, 재구성되는가?
 연구는 생성형 AI 시대를 작가성의 '해체'가 아닌 '재구성'의 시대로 규정한다. 작가성은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의 속성이 아니라, 기술, 산업 구조, 제도적 권위, 수용자의 기억이 얽혀 있는 '관계적 실천'이다. K-pop 산업이 보여주는 분산적 작가성은 이러한 전환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창의성은 자율적 주체의 표현이라기보다 장르 규범과 기술 조건에 의해 매개된 결과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제 '누가 진짜 저자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에서 벗어나, 대신 인간과 알고리즘이 맺는 새로운 창작 파트너십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책임을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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