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주권인가 또 다른 공공 AI인가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6 15:32:36

[2026 과기부 업무보고] 국가가 설계한 AI는 누구의 것이 되는가

[메타X(MetaX)]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NC AI 등 5개 정예팀을 선정해 한국형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2026년까지 세계 Top 10 수준의 모델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오픈소스 공개 역시 공식 목표로 제시됐다.

표면적으로 이는 AI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과감한 선언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이 AI는 정말 ‘독자’적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공공 AI’인가.

‘독자’의 정의는 어디까지인가

정부 문서에서 말하는 독자 AI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그러나 AI의 독립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모델의 국적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의 출처, GPU·반도체 인프라, 클라우드 스택, 생태계 의존성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기술주권이라는 말이 성립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가 예산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 기업이 개발을 수행하는 구조다. 즉, 완전한 민간 AI도 아니고, 순수한 국가 AI도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에 가깝다. 문제는 이 중간지대에서 책임과 권한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지 여부다.

오픈소스인가, 관리형 공개인가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AI 생태계 참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오픈소스의 ‘개방’과 ‘통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모델은 공개되지만, 학습 데이터와 파인튜닝 구조, 대규모 추론 인프라는 여전히 국가와 일부 기업이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독자 AI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활용 가능한 공공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는 기술주권이라기보다 플랫폼 주권에 가까운 구조다.

기술주권의 명분, 산업정책의 현실

독자 AI 프로젝트는 기술 전략이면서 동시에 명백한 산업 정책이다. 정부는 이 모델을 국방, 제조, 공공 행정, 문화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확산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AI 기술의 사회적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기업을 ‘국가 AI 챔피언’으로 육성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기술 경쟁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기보다, 정책에 의해 방향이 설정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사는 독자 AI 생태계의 사용자로 편입될 가능성은 높지만, 설계자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공공 AI가 될 위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공공 AI로 기능할 경우, 장점도 분명하다. 안정성, 신뢰성, 공공 서비스 활용 측면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혁신의 속도는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 AI는 필연적으로 규제와 책임을 동반한다. 고영향 AI 분류, 영향평가, 인증 체계가 결합되면, 민첩한 실험과 실패는 어려워진다. 기술주권을 지키려다 혁신 주권을 잃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독자 AI의 성패는 ‘통제 방식’에 달렸다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책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관건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국가가 방향만 제시하고 생태계를 열어둘 것인지, 아니면 AI 인프라까지 관리하는 ‘중앙집중형 공공 AI’로 갈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기술주권은 폐쇄로 확보되지 않는다. 진짜 독자 AI는 국가가 만든 AI가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생하는 AI 생태계에서 나온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그 출발점이 될지, 또 하나의 공공 AI 실험으로 남을지는 이제 정책 집행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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