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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X 인터뷰: 김동현 박사②] 한류 2.0의 조건

1990년대 초, 게임은 풍속산업으로 분류돼 규제의 대상이었다. 영화 VFX 역시 헐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 실험에서 성과를 거둔 김동현 박사는 곧 정책과 제도 설계의 전면에 나섰다. ‘게임을 육성하자’는 제안에서 출발해 8개 부처 ...

이든 · 2025-12-05 22:31
[MetaX 인터뷰: 김동현 박사②] 한류 2.0의 조건
출처: 메타엑스(MetaX) metax.kr
게임·콘텐츠·정책의 삼각편대

1990년대 초, 게임은 풍속산업으로 분류돼 규제의 대상이었다. 영화 VFX 역시 헐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 실험에서 성과를 거둔 김동현 박사는 곧 정책과 제도 설계의 전면에 나섰다. ‘게임을 육성하자’는 제안에서 출발해 8개 부처 규제 협의체, 멀티미디어→디지털 콘텐츠로의 용어 전환, 그리고 문화산업 종합계획까지. 오늘날 K-컬처 300조 담론의 뿌리를 묻는다.

“게임은 풍속산업? 그래서 실적부터 만들었습니다”

Q. 1992년에 게임산업 육성을 정부에 건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동현: 맞습니다. 과학기술처 담당 사무관에게 게임과 영화를 국가가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죠. 당시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게임은 ‘풍속영업 규제법’에 묶여 매춘업과 같은 분류였으니까요. 그래서 바로 설득하기보다는, 먼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게 영화 구미호 VFX 프로젝트였습니다. 성공 사례가 쌓이자, 정부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예산은 열 배로, 규제는 여덟 부처와 풀다”

Q. 과학기술처에서 정보통신부로 이관된 뒤 상황이 달라졌다고요.

김동현: 1994년 말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개편되면서 예산 규모가 10배로 커졌습니다. 당시 과장이 제게 묻더군요. “예산을 게임에 써줄 테니 자신 있나?” 당연히 자신 있다고 했습니다.

첫 조치는 자금 순환이었습니다. 정보화촉진기금에서 게임업체를 직접 지원하게 했죠. 두 번째는 규제 개선이었습니다. 보건사회부,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문화부, 교육부, 건교부, 경찰청, 그리고 정보통신부까지 8개 부처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법률—풍속규제, 특별소비세, 전기안전법, 청소년보호법 등—이 얽혀 있었거든요.

Q. 협의체의 성과는 어땠습니까?

김동현: 1996년 일본 게임산업 벤치마킹을 위해 8개 부처 담당자들과 함께 세가 조이폴리스, SNK 네오지오 월드를 방문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규제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농지법부터 건축법까지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으니까요. 이 경험이 훗날 한국 게임산업 규제 개혁의 토대가 됐습니다.

“멀티미디어? 아니다, 디지털 콘텐츠다”

Q. 소프트웨어산업육성계획 수립에도 참여하셨죠.

김동현: 네, 1996년부터 3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 총괄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단순히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하위로 보려 했습니다. 저는 단호히 반대했죠. 정보고속도로가 완성되면 가장 많이 유통되고,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것은 콘텐츠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게임업체 대표와 함께 필리버스터를 하다시피 주장했습니다. 결국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독립된 분야로 분류했고, 이후 문화관광부가 손을 대면서 용어도 ‘디지털 콘텐츠’,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어 하나가 정책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었습니다.

“문화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Q. 제조업과 문화산업의 차이를 자주 강조하시는데요.

김동현: 제조업의 제품은 수명이 끝나면 쓰레기가 됩니다. 반면 문화 콘텐츠는 사라지거나, 좋은 것은 다시 자원이 됩니다. ‘구미호’가 남긴 건 관객 수익만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세대를 키운 ‘구미호 키즈’들이 헐리우드와 한국 VFX를 이끌었죠. 콘텐츠는 소멸하면서도 다음 세대를 낳는 순환 구조를 가집니다.

한류 2.0의 설계도

Q. 이제 2025년, K-컬처 300조 시대를 말합니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김동현: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콘텐츠 규제 임팩트 평가제를 도입해, 새로운 산업에 어떤 제약이 생길지 사전에 검토해야 하고, IP를 담보로 대출하거나, 수익공유 펀드로 제작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국산 엔진과 창작 도구에 투자해야 합니다. 남의 플랫폼 위에선 영원히 2등일 수밖에 없거든요. 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컴퓨팅을 아우르는 융합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류는 정책과 기술, 그리고 창작자의 땀으로 완성된다”

사우디 건설현장의 플로터에서 시작한 김동현의 여정은, 이제 K-컬처 300조 시대라는 거대한 국가 전략과 이어지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류 2.0을 향한 메시지를 주신다면요.

김동현: 문화는 무형이지만, 가장 강력한 무형의 힘입니다. 한류 1.0이 드라마와 K-팝이었다면, 한류 2.0은 기술·정책·산업이 삼각편대가 되어야 합니다. 창작자의 땀이 존중받고, 정책이 뒷받침될 때 우리는 진정한 문화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수백년간은 서양문화가 동양을 지배하였으나 이제부터는 동양문화가 서양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한류의 무대를 한국에서 아시아로 넓혀서 아시아의 문화자원을 공동 발굴, 디지털화하고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아시아류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는데 한국이 선도해 나가는 A-culture initiative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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