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등 대형 게임사 "AI 도입은 필연" 동조 vs 게이머 "알 권리와 품질 보증 위해 필수"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팀 스위니(Tim Sweeney) CEO가 게임 유통 플랫폼의 '인공지능(AI) 사용 표기 의무화' 정책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AI가 포토샵과 같은 보편적인 개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이를 별도로 표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AI는 도구일 뿐... 저작권 시장 아닌 게임엔 불필요"
28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팀 스위니 CEO는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게임 스토어에서 'Made with AI' 라벨을 붙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스위니는 "AI 라벨은 저작권자 확인이 필요한 미술 전시회나 디지털 라이선스 시장에서는 유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게임 개발의 거의 모든 과정에 AI가 관여하게 될 미래의 게임 스토어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AI 사용 여부를 공개하라는 것은 마치 개발자가 어떤 브랜드의 샴푸를 쓰는지 공개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며 현재의 과도한 AI 경계심을 비꼬았다. 이는 AI를 특별한 '경고 대상'이 아니라, 코딩 컴파일러나 물리 엔진처럼 게임 제작을 위한 하나의 '기반 기술'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스팀(Steam)과 정반대 행보... '투명성' vs '효율성' 충돌
스위니의 이 같은 발언은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망인 스팀(Steam)의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밸브(Valve)가 운영하는 스팀은 지난 2024년 1월부터 게임 등록 시 AI 기술 사용 여부를 '사전 생성(Pre-Generated)'과 '실시간 생성(Live-Generated)'으로 나누어 필수적으로 공개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최근 인디 게임 플랫폼 잇치아이오(Itch.io) 역시 2024년 11월부터 생성형 AI 사용 여부 공개를 의무화하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이는 "내가 구매하는 게임에 인간의 창의성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고 싶다"는 게이머들의 '알 권리'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실제로 토탈리 휴먼 미디어(Totally Human Medi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스팀에 등록된 게임 중 약 7%가 생성형 AI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전년도 1.1%에서 6배 이상 급증한 수치로, AI 게임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넥슨 등 업계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스위니의 주장은 게임사 경영진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넥슨(Nexon)의 이정헌 대표는 최근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가 AI 음성 사용으로 논란이 되자 "이제 모든 게임 회사가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며 AI 도입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아크 레이더스'는 성우의 목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음성(Text-to-Speech)을 활용해 제작 효율을 높였으나, 출시 직후 일부 유저들로부터 "영혼이 없다", "성우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팀 스위니는 "AI는 인간의 생산성을 정수 배(integer multiples)로 높여주는 기술"이라며 "이를 선(善)이나 악(惡)으로 규정하고 싸우려는 시각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사변적"이라고 옹호했다. 기술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과 창작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소비자 간의 시각차가 뚜렷해지는 지점이다.
'품질 보증 수표'인가, '불필요한 낙인'인가
현재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스팀과 달리 별도의 강제적인 AI 경고 문구를 두지 않고 있다. 스위니의 발언은 앞으로도 에픽 스토어 내에서 개발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 등 대형 타이틀에서도 생성형 AI가 활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환불 요청이 쇄도하는 등, 소비자에게 'AI 라벨'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품질 필터링'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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