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악 산업이 새로운 질서로 이동하고 있다. 워너뮤직그룹(Warner Music Group, WMG)과 AI 음악 생성 플랫폼 Suno가 2025년 11월 ‘전례 없는 파트너십’을 전격 체결하며, AI와 음악 산업의 충돌 지점을 협력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번 합의는 양사 간 진행 중이던 저작권 소송을 종결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AI 음악 제작·수익 배분·아티스트 권리 보호에 관한 사실상의 새로운 산업 표준(Industry Standard)을 세우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워너뮤직 CEO 로버트 킨즐은 이번 합의를 “창작자 공동체 전체의 승리”라고 정의했다. 그는 “AI는 라이선스 모델을 기반으로 할 때 비로소 ‘프로 아티스트(Pro-Artist)’가 될 수 있다”며, 아티스트의 이름·이미지·음성·작곡권을 ‘옵트인(opt-in)’ 방식으로 보호하고, AI 생성 음악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정당하게 배분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단 학습·무단 생성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움직임이자, AI 플랫폼과 메이저 레이블이 ‘공식적인 수익 공유 체제’를 맺었다는 점에서 지대한 의미를 갖는다.

Suno CEO 마이키 슐먼 역시 “이번 협력은 더 크고 풍부한 음악 경험을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Suno는 2026년부터 전면 라이선스 기반의 신규 모델을 적용하며, 기존 모델은 단계적으로 폐기될 예정이다. 무료 이용자는 더 이상 AI로 만든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없으며, 유료 사용자는 월별 다운로드 제한을 갖되 추가 구매가 가능하도록 조정된다. 이는 AI 음악의 ‘무제한 무료 생성·저장’ 시대가 종료되고, 음악 산업 전체가 정식 유통·정식 저작권 체제 속에서 AI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Suno는 WMG로부터 콘서트·라이브 공연 추천 플랫폼인 Songkick을 인수하며, AI 음악과 실제 공연 생태계를 결합하는 새로운 팬 경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AI로 만든 음악과 실제 아티스트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하나의 플랫폼 생태계에서 연결되는 구조로, 이는 팬과 창작자를 연결하는 초개인화된 인터랙티브 음악 생태계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번 파트너십은 전 세계 1억 명 이상 창작자가 이용하는 Suno 플랫폼의 영향력과 WMG의 글로벌 음악 카탈로그를 결합함으로써, 기존 AI 음악 생태계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창작자 권리 보호" 문제를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미지와 음성을 AI 생성에 사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 즉 ‘디지털 퍼스나 권리(Digital Persona Rights)’는 향후 글로벌 법제화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은 AI 음악의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폭발하는 시점에서 나온 전향적 합의로서, 여러 가지 중대한 함의를 남긴다. 첫째, AI 음악 시장은 비공식·탈저작권 모델에서 벗어나 정식 라이선스 기반의 경제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둘째, 메이저 레이블이 AI 플랫폼을 아예 파트너로 편입시키는 전략을 선택하면서, 기존 음악 기업들의 ‘AI 대응 전략’도 급격히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2026년을 기점으로 AI 음악 플랫폼은 무료·개방형에서 점진적으로 유료·저작권 중심 구조로 재편될 것이 명확해졌다.

궁극적으로 이번 WMG–Suno 파트너십은 AI 시대 음악 산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역사적 합의로 평가된다. AI 음악의 무한 확장을 제도권 안에 편입시키면서 창작자 보호와 수익 배분의 새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Suno가 상업적 성장과 창작자 권리 보호를 양립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음악 산업 전체가 AI 시대에 연착륙할 수 있는 첫 번째 ‘작동 가능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음악 산업의 ‘다음 10년’을 좌우할 대전환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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