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X(MetaX)] 정부가 지역 AX(AI 전환) 프로젝트에 3.1조 원 규모 투입을 예고했다. 권역별로 제조·의료·로봇·에너지 등 산업 현장에 AI를 입히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다. 이 사업이 ‘표준 없는 실증’으로 끝나면, 3.1조는 지역에 남는 산업이 아니라 ‘파일럿 흔적’만 남긴다.
가상융합 관점에서 AX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환원된다.
“현실을 가상으로 복제(디지털트윈)하고, 가상에서 검증하고, 현실을 다시 제어하는 루프”를 지역 곳곳에 깔겠다는 것이다. 이때 표준이 없으면 무엇이 벌어지나?
권역마다 다른 데이터 포맷, 다른 디지털트윈 정의, 다른 API, 다른 인증·보안·책임 체계가 생긴다. 결과는 뻔하다. 연결되지 않는 성공이다.
해외는 이 함정을 오래전에 겪었다. 그래서 “실증 먼저”가 아니라 “표준·참조구조 먼저”로 돌아섰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은 ‘RAMI 4.0’이라는 지도부터 그렸다
독일은 스마트제조를 “사업 공모”로 밀지 않았다. 먼저 RAMI 4.0(Reference Architectural Model Industrie 4.0) 같은 참조 아키텍처로, 제조 현장의 자산·계층·수명주기·데이터 의미를 한 장의 지도처럼 정리했다. RAMI 4.0은 참여자들이 같은 언어로 토론하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설계됐다.
즉, 독일식 접근은 이렇다.
“공장을 AI로 바꾸자”가 아니라 “공장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자(상호운용성)”가 먼저였다.
한국의 지역 AX가 배워야 할 지점도 여기다. 실증은 권역마다 달라도 된다. 하지만 표준 언어(참조구조)는 하나여야 확산된다.
미국: NIST는 ‘디지털 스레드’를 테스트베드로 표준화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NIST가 스마트제조 테스트베드(SMS Test Bed)를 운영하며, 제품 설계→생산→품질→운영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를 “연결되는 데이터”로 실험했다. 이 테스트베드의 목적 자체가 사이버-물리 인프라 도입 시 발생하는 상호운용성·표준 요구사항을 드러내고 검증하는 데 있다.
핵심은 “파일럿”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연결 규칙”이다. 검증된 연결 규칙이 표준이 되고, 표준이 산업 확산의 비용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표준 없이 실증부터 하면?
실증은 성공해도 연결 비용이 폭증한다. 지역마다 구축을 다시 해야 하고, 공급망이 바뀔 때마다 연동을 다시 해야 한다. 결국 확산이 멈춘다.
유럽: Catena-X·GAIA-X는 ‘데이터 스페이스’로 공급망 상호운용성을 밀었다
유럽은 제조 혁신을 “기업 내부 스마트화”에서 끝내지 않았다. 공급망 전체의 데이터 교환으로 확장하면서, 데이터 스페이스 접근을 택했다. GAIA-X는 데이터 스페이스가 사일로를 줄이고 확장을 가능케 한다고 강조하며, Catena-X 같은 제조 생태계가 운영 데이터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다.
- 누가 어떤 조건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가
- 디지털트윈을 어떻게 식별·발견(Registry)하는가
- 신뢰(인증)와 책임(추적)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이걸 표준·규칙으로 묶어 놓으니, 기업이 바뀌어도 생태계는 굴러간다.
한국 지역 AX 3.1조의 “가장 위험한 지점”: 표준이 아니라 ‘조달’이 중심이 되는 순간 한국의 대형 실증 사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하나다.
표준을 만들기보다, 사업을 발주하고 성과를 보고하는 구조(조달 중심)로 흘러간다.
그 순간 벌어지는 일은 정해져 있다.
- 권역별로 서로 다른 솔루션이 깔린다
- 데이터 정의가 달라 통합이 안 된다
- 디지털트윈은 생겼는데 “연결”이 없다
- 유지보수는 지역별·업체별 종속이 된다
- 다음 해 예산이 끊기면 ‘시범단지’로 박제된다
가상융합 관점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가상융합은 연결·반복·복제가 본질인데, 표준이 없으면 연결도, 반복도, 복제도 불가능해진다.
“표준 없는 실증”을 막는 5가지 체크리스트
지역 AX가 ‘지방소멸 해법’이 되려면, 최소한 아래 5가지를 사업 설계에 박아야 한다.
- 권역 공통 참조 아키텍처(한국형 RAMI/디지털트윈 참조모델)부터 제시할 것
- 데이터 계약(스키마·메타데이터·식별체계)을 “납품물”로 의무화할 것
- 디지털트윈 레지스트리/카탈로그(발견·접근 표준) 없는 실증은 실증이 아니라 전시다
- 상호운용성 테스트베드를 국가가 운영하고, 통과한 솔루션만 확산시킬 것
- “AI 성능”이 아니라 연동 비용·확산 속도를 KPI로 잡을 것
3.1조는 크다. 하지만 표준이 없으면 3.1조는 커질수록 더 위험해진다. 실증은 지역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표준은 국가가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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