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연비 기준 완화,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은?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5 11:00:00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승용차와 경트럭의 연비 기준을 낮추겠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변화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한국 산업에 ‘단기적 부담과 구조적 리스크, 그리고 제한적 기회’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정책 충격으로 해석된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연비·탄소 크레딧 거래제가 폐지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테슬라 등으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해왔다. 이 제도는 제조사가 단기간 내 기술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완충 장치’ 역할을 했지만, 폐지 후에는 각 기업이 스스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규제가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업체들은 오히려 기술적·재무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또한 연비 기준 완화는 전기차 확대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제조사들은 평균 연비를 맞추기 위해 EV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줄어든다. 이는 미국 시장에 대규모 전기차·배터리 투자를 진행 중인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에게 수요 성장 둔화라는 중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공장 가동률, 투자 회수 기간, 공급망 전략 등 다방면에서 조정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반면, 규제 완화가 가져오는 기회도 존재한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원래부터 대형 SUV와 픽업트럭 중심인데, 연비 규제 완화는 이러한 시장 구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텔루라이드·팰리세이드·산타페·소렌토 등 한국 SUV 모델들은 이미 높은 선호도를 확보하고 있어, SUV 판매 확대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어질수록,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쟁력이 재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만을 중심에 두는 전략에서 벗어나, 전기차·하이브리드·고효율 내연기관을 동시에 강화하는 다층적 전략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미국 정책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방향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특정 기술에 과도하게 올인하는 전략은 위험을 높인다.
결국 이번 연비 기준 완화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긍정과 부정의 요소가 얽힌 이중적 변수다. 전기차 시장 둔화라는 부담과 동시에 SUV·하이브리드 시장 강화라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 산업이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전략을 재설계하느냐가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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