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AI 인프라 패권’ 굳히기 들어갔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0 07:00:00
앤디 재시가 직접 강조한 5대 키워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가 본인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AWS re:Invent 2025 기조연설에 대해 직접 해설에 나서며, 아마존이 그리는 차세대 AI 인프라 전략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재시는 “오늘 공개된 발표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기업이 AI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라며, 하드웨어(Trainium3), 플랫폼(AgentCore·Nova Forge), 그리고 에이전트(AWS DevOps·Security Agent 등)를 축으로 하는 AWS AI 로드맵을 강조했다.
재시는 먼저 AI 전용 칩 ‘Trainium’의 진화를 가장 중요한 축으로 짚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Trainium2는 이미 연간 매출 기준 ‘멀티 빌리언 달러(run-rate)’ 규모로 성장했으며, 100만 개 이상의 칩이 생산 환경에서 돌고 있고, 10만 개 이상의 고객사가 활용 중이다. 베드록(Bedrock) 상의 주요 워크로드 상당수가 이미 Trainium 계열에서 구동되고 있다는 점도 직접 언급했다. 재시는 “Trainium2가 기존 GPU 대비 가격·성능에서 설득력 있는 우위를 보여줬다면, Trainium3는 연산 성능 약 4.4배, 에너지 효율 4배, 메모리 대역폭도 거의 4배 개선된다”고 강조하며, AI 훈련·추론 비용을 크게 낮추는 ‘인프라 차원의 게임 체인저’로 규정했다.
두 번째로 그는 ‘AgentCore’를 별도로 짚으며, “에이전트를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 배포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였던 보안과 확장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AgentCore는 개발자가 원하는 조합으로 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빌딩블록 시스템이며, 여기에 정책(Policy)와 평가(Evaluations) 기능이 추가되면서, 기업이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거버넌스와 품질 관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재시는 “AgentCore는 이미 상당한 모멘텀을 얻고 있다”고 강조하며, AWS가 ‘에이전트 플랫폼’을 차세대 경쟁 무대로 삼고 있음을 시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Nova Forge’에 대한 평가다. 그는 이를 “자신만의 프런티어 모델을 만들고 싶은 기업에게는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했다. 기존 LLM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고유의 데이터로 초기 단계부터 다시 훈련하거나 튜닝해 ‘자사 특화형 Novella(노벨라)’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시는 “사람이 어릴 때부터 양질의 지식을 바탕으로 학습할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지듯, LLM도 기업의 차별화된 데이터를 초기에 학습할수록 더 잘 문제를 풀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오픈 트레이닝(open training)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업이 모델의 ‘기초 체력’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그가 보기에 Nova Forge의 핵심 경쟁력이다.
재시는 또 한 번 “기업이 AI로부터 진짜 가치를 얻는 방식은 결국 ‘에이전트(agents)’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AWS는 이미 코딩을 돕는 ‘Kiro’, 지식업무 자동화를 지원하는 ‘Quick’, 레거시 시스템에서 신 시스템으로의 마이그레이션을 돕는 ‘Transform’, 콜센터 업무를 지원하는 ‘Connect’ 등 도메인 특화형 에이전트를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 이번 기조연설에서 보다 자율성이 높은 Kiro 자율 에이전트, AWS DevOps Agent, AWS Security Agent를 공개하며, 에이전트가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장기간·복합적인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재시가 기조연설 후반부의 ‘10분 동안 25개 출시(25 launches in 10 mins)’도 별도로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를 두고 “겉으로 보기엔 덜 섹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고객들이 매일 만지고 있는 ‘밥과 국(meat and potatoes)’ 같은 인프라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AWS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초 기능 개선이 수많은 개발자와 기업의 일상적인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조용한 혁신’이라는 메시지다.
이번 글에서 재시는 자신을 ‘AWS CEO’가 아니라, 아마존 그룹 전체를 이끄는 CEO로서 발언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그는 여전히 AWS 사업을 가장 중요한 성장 축으로 두고 있지만, AI 인프라와 에이전트 전략을 단순한 클라우드 사업이 아니라 아마존 전체의 미래 성장 엔진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종합하면, 앤디 재시가 풀어쓴 re:Invent 2025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Trainium3를 중심으로 한 AI 전용 하드웨어로 ‘GPU 종속’을 완화하며 인프라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구상. 둘째, Nova Forge와 AgentCore를 통해 기업이 자체 데이터로 모델을 ‘다시 빚고’, 이를 안전하게 에이전트로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전략. 셋째, 눈에 잘 띄지 않는 인프라 개선까지 포함해, AWS를 “AI 시대의 기본 운영체제”로 만들겠다는 장기 비전이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 경쟁에서 ‘누가 더 잘 쓰게 해주느냐’의 플랫폼 경쟁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재시의 이번 메시지는 아마존이 여전히 클라우드·AI 인프라 판의 중심에 서겠다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선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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