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사회’와 ‘AI 기본법’, 안전인가 규제인가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6 15:49:39
[메타X(MetaX)] 정부가 ‘AI 기본사회’ 구현을 선언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AI 기본법’을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를 산업 성장의 동력인 동시에 사회 전반의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며, 안전·신뢰·윤리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질문은 분명하다. AI 기본법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가, 아니면 혁신을 규정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인가.
‘AI 기본사회’라는 선언의 의미
정부가 말하는 AI 기본사회는 일부 기업이나 전문가만이 AI를 사용하는 구조를 넘어, 국민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는 사회다. 이를 위해 정부는 디지털포용법 시행, AI 디지털 배움터 확대, 취약계층 대상 맞춤형 AI 서비스 보급 등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를 시장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기반시설로 바라보겠다는 정책적 전환이다. 동시에 국가는 AI의 위험을 관리해야 할 책임 주체로 스스로를 설정했다.
AI 기본법의 핵심: ‘고영향 AI’와 책임 구조
AI 기본법의 핵심은 고영향 AI에 대한 관리 체계다. 정부는 고영향 AI에 대해 영향평가, 투명성 확보, 책임 주체 명시, 안전성 검증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AI Act와 유사한 접근이다.
문제는 적용 범위다. 고영향 AI의 정의가 넓어질 경우, 의료·금융·교육·공공 서비스 전반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안전 확보라는 명분 아래 혁신 비용을 급격히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사전 규제’의 그림자
정부는 AI 기본법을 ‘사후 규제’가 아닌 ‘신뢰 기반 조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제도 설계를 보면, 영향평가와 인증 체계는 사실상 사전 진입 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AI 기본법이 시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 구조를 고착화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규범 선도인가, 규제 선행인가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AI 규범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인도 AI 서밋, UN AI 거버넌스 논의 참여 등 글로벌 협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규범을 선도한다는 것은 규제를 먼저 만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먼저 규제를 감내해야 한다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규범 선도와 산업 보호 사이의 균형이 정책 성공의 핵심 변수다.
‘신뢰’는 법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AI 기본법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신뢰다. 그러나 신뢰는 법률 조항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기술의 투명성, 실패에 대한 책임 처리, 사용자와의 소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AI를 위험 요소로만 다루는 접근은, 결국 AI를 통제의 대상으로 고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 수용성을 오히려 낮출 수도 있다.
안전과 혁신의 경계선에서
AI 기본사회와 AI 기본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안전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할 것인지,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을 확대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AI 기본법이 혁신의 브레이크가 될지, 신뢰의 안전벨트가 될지는 운영 원칙과 집행 방식에 달려 있다.
정부가 정말로 AI 기본사회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설계해야 할 것은 규제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경계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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