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넷플릭스 딜에 정면 도전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7 10:00:12

“더 빠르고 확실한 종결” vs “규제 리스크·가치 불확실”
WBD에 주당 30달러 ‘현금 공개매수’
미디어 산업, ‘스트리밍-할리우드’ 판 재편 격돌

[메타X(MetaX)]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WBD)를 대상으로 주당 30달러 전액 현금 공개매수(tender offer)에 착수하며, 앞서 발표된 넷플릭스의 WBD 거래에 정면으로 맞섰다.

파라마운트는 2025년 12월 8일(현지시간) “WBD 발행 주식 전량을 주당 30달러 현금으로 매수하겠다”고 공표했고, 공개매수 만료 시점은 2026년 1월 8일 오후 5시(뉴욕시간)로 제시했다. 

이번 건은 ‘한 번의 인수전’이 아니라, 스트리밍 시장 지배 구조와 전통 미디어(케이블·방송) 처리 방식을 둘러싼 ‘구조 선택’ 싸움에 가깝다. 파라마운트는 “WBD 전체(글로벌 네트워크 포함)를 통째로 사겠다”는 방식인 반면, 넷플릭스 쪽 거래는 WBD 자산을 재편하는 구조가 포함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자사 제안이 “현금 가치가 더 크고 종결이 더 빠르며 불확실성이 낮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 거래는 “복잡한 현금+주식 혼합 구조와 다국적 규제 심사로 변수가 크다”고 공격했다. 

WBD도 같은 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비요청(unsolicited) 공개매수 제안을 접수했다”고 확인하면서, 인수전이 공식화됐다.

파라마운트가 ‘올-캐시’를 무기로 든 배경에는, 최근 대형 미디어 M&A에서 규제 리스크가 곧 밸류에이션 리스크로 전환되는 흐름이 깔려 있다. 파라마운트는 주당 30달러를 “9월 10일 기준(회사가 제시한 기준일) WBD 주가 대비 큰 프리미엄”이라고 강조하며, 기업가치(EV) 약 1,084억 달러로 산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넷플릭스의 WBD 거래를 두고는 “스트리밍 1위 사업자와 HBO Max라는 직접 경쟁 축을 결합하는 ‘수평 결합’ 성격이 강해, 미국과 해외 규제기관의 심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돼 왔다. 실제로 최근 보도에서는 넷플릭스가 “유튜브와 경쟁하기 위한 결합” 논리를 들고 나왔지만, 반독점 전문가들은 “시장 획정과 경쟁 관계 판단에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놨다.

이 지점에서 파라마운트는 ‘규제 프레이밍’을 바꿔잡으려 한다. 파라마운트는 자사 결합이 “소비자 선택을 늘리고 경쟁을 강화한다”는 논리로, 넷플릭스 결합보다 상대적으로 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파라마운트의 주장이 곧바로 규제기관 판단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고, 케이블·뉴스 자산을 포함한 ‘전통 미디어 결합’에 대한 정치·정책 변수도 남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제안에 금융 조건(financing condition)이 없다”고 못박았다. 구체적으로는 엘리슨 패밀리와 레드버드 캐피털 등이 에쿼티(지분) 백스톱을 제공하고, BofA·씨티·아폴로로부터 총 540억 달러의 부채 커밋먼트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투자자 설득에는 유리하지만, 동시에 결합 이후 재무구조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만든다. 로이터 분석은 파라마운트의 전액 인수 구조가 넷플릭스 안(일부 자산 분리·잔존회사)보다 단순하다는 점을 짚는 동시에, 전통 네트워크 사업의 가치 산정과 레버리지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인수전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은 IP를 갖느냐”를 넘어, 콘텐츠 제작(스튜디오)–스트리밍 플랫폼–전통 네트워크를 어떤 결합 방식으로 재구성할지에 있다. 넷플릭스가 WBD를 품으면 ‘스트리밍 중심 초대형 사업자’가 탄생하며, 시상식·프리미엄 콘텐츠 파이프라인까지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면 파라마운트가 WBD 전체를 통합하는 시나리오는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과의 경쟁에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스포츠+방송 네트워크’ 묶음으로 맞서는 새로운 형태의 종합 미디어”를 겨냥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스트리밍 성장 둔화와 케이블의 구조적 감소가 동시 진행되는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는 결합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결국 규제 통과 가능성, 통합 이후 비용 시너지 실현, 콘텐츠 투자 여력, 그리고 소비자 가격 정책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파라마운트는 공개매수 서류를 미 SEC에 제출하고, HSR(하트-스콧-로디노) 사전 심사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WBD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권고할지, 그리고 넷플릭스가 조건 변경 또는 방어 논리를 어떻게 재정비할지가 단기 변수다. 장기적으로는 (1) 규제기관이 ‘스트리밍 경쟁’을 어디까지 좁게 정의할지, (2) 케이블·뉴스 자산의 공익·정치 변수가 어떻게 작동할지, (3) 인수 후 콘텐츠 투자와 구조조정이 창작 생태계·극장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파라마운트의 ‘주당 30달러 올-캐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넷플릭스 중심으로 기울던 인수 구도를 ‘현금 확실성’과 ‘규제 프레이밍’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다. 하지만 현금이 확실성을 올려주는 만큼, 대규모 부채를 동반한 통합이 만들어낼 재무·사업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스트리밍 패권 경쟁이 ‘구독자 수’에서 ‘규제 가능성과 지속가능한 수익모델’로 옮겨가는 국면에서, 이번 인수전은 2026년 글로벌 미디어 산업 지형을 가르는 대표 변수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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