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센추어·앤트로픽, ‘파일럿의 늪’을 넘는 엔터프라이즈 AI 동맹 구축

X 기자

metax@metax.kr | 2025-12-16 10:00:00

Claude 중심 전담 조직 출범… 실험을 생산으로 전환하는 AI 도입 모델 제시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Accenture)와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다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식화하며, 엔터프라이즈 AI 도입의 초점을 ‘실험(pilot)’에서 ‘본격 운영(production)’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양사는 2025년 12월 대기업들이 AI를 제한된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전사적 생산 단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 체계를 발표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Accenture Anthropic Business Group’의 출범이다. 이는 앤트로픽을 액센추어의 최상위 전략 파트너 중 하나로 격상시키는 조치로, 특정 기술 파트너를 중심으로 한 전담 실무 조직과 시장 공략 전략, 산업별 전문성을 결합한 독립적 사업 그룹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액센추어는 이 그룹을 통해 Claude 모델을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AI 도입을 본격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사에 따르면 약 3만 명에 달하는 액센추어 전문가들이 Claude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되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Claude 실무자 생태계 중 하나가 된다. 이들에는 고객 환경에 직접 투입돼 AI를 내재화하는 ‘포워드 디플로이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s)’도 포함돼, 단순 자문을 넘어 실제 운영 환경에서 AI가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액센추어가 Claude Code를 활용한 코딩 분야의 핵심 AI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Claude Code는 현재 엔터프라이즈 AI 코딩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도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수만 명의 액센추어 개발자들에게 제공된다. 이는 AI를 개발 보조 도구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사이클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사는 이와 함께 CIO를 겨냥한 신규 공동 제품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엔터프라이즈 전반에서 AI 도입의 실질적 가치를 측정하고 확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으로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ROI를 정량화하는 프레임워크, AI 중심 개발 조직을 위한 업무 재설계, 그리고 AI 진화 속도에 맞춘 변화 관리 및 교육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 개인의 효율 개선을 넘어, 기업 전체의 출시 속도 단축과 제품 혁신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별 솔루션 역시 이번 협력의 중요한 축이다. 액센추어와 앤트로픽은 금융, 생명과학, 헬스케어, 공공 부문 등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산업을 우선 대상으로 설정했다. 금융권에서는 Claude의 장문 문서 처리 능력과 액센추어의 규제 전문성이 결합돼 컴플라이언스 자동화와 고위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연구 데이터 분석과 임상 시험 프로세스 효율화에 활용된다. 공공 부문에서는 시민들이 복잡한 행정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에이전트 개발이 추진된다.

이번 파트너십은 기술력과 컨설팅 역량의 결합을 넘어, ‘책임 있는 AI’라는 공통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앤트로픽의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 원칙과 액센추어의 AI 거버넌스 전문성이 결합돼, 기업들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고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액센추어는 자사 이노베이션 허브 네트워크에 Claude를 도입해, 글로벌 2000대 기업 고객들이 실제 운영 환경에 앞서 안전한 조건에서 AI를 실험·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액센추어 내부에 Claude 전담 센터 오브 엑설런스(CoE)를 공동 구축해, 산업·규제 환경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공동 설계할 방침이다. 이는 단발성 협업이 아닌, 장기적인 공동 투자와 제품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이번 협력은 Claude Code의 사상 최대 배포 사례”라며, 엔터프라이즈 AI가 본격적인 생산성 도약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줄리 스위트 액센추어 CEO 역시 “AI를 실험에서 재창조의 촉매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전사적 AI 내재화를 위한 속도와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이 더 이상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고 빠르게 전사에 확산할 것인가를 경쟁하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액센추어와 앤트로픽의 동맹은, 그 해답을 ‘대규모 인재·도구·거버넌스의 결합’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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